최근 ‘고교학점제 5등급제’ 도입 후 고교 지필고사 평균이 3점이나 오르며 상위권 내신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고교학점제 5등급제 시행 이후 나타난 내신 인플레이션 현상. 그 근본 원인은 학교가 아닌 대학 입시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에 있습니다.
5등급제의 내신 변별력 문제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이번 학기 고등학교 지필고사 평균이 3점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정책 변화가 학교 현장에 미친 직접적 영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균 점수 상승이 의미하는 것은 ‘1등급 변별력 약화’입니다. 대학 입장에선 학생의 학업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워졌고, 따라서 원점수나 면접 강화 등 평가 방식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는 ‘학생의 선택권 강화’라는 고교학점제의 근본적인 취지를 위협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의 이상과 현실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진로 설계와 과목 선택권 보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취지에 대해선 저도 매우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입시’라는 강력한 상위 목표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학생의 선택이 ‘흥미’가 아닌 ‘유불리’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상위권의 대학, 특히 자연 계열 학과는 핵심 과목이나 권장 과목을 지정해 반영하고 있지요.
따라서 ‘입시’라는 윗물을 바꾸지 않으면 아랫물이라는 ‘고교학점제’는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벌써 이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학의 평가 방식 변동)
입시 제도, 바꿀 수 있나?
하지만 ‘입시’보다 더 윗물이 존재합니다.
바로 ‘사회적 인식’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인재상, 학벌
우리나라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산업 구조에선 창의성보단 성실하고 똑똑한 인재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기업은 이를 검증할 가장 확실한 지표로 ‘학벌’을 활용했죠.
이 과정에서 학벌은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을 보증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서 지금까지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좋은 대학 진학은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물림되는 가치관
현 60대 이상 세대는 이러한 학벌의 효용성을 직접 체험한 세대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가치관은 자녀인 현 30~40대에게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현 30~40대 학부모 역시 ‘학벌지상주의’ 시기를 살아온 세대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가치관도 ‘대학 진학’을 최우선 목표로 두면서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래 인재상도 여전히 학벌?
다행히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학벌 만능’이라는 의미는 조금 퇴색되었습니다.
게다가 AI의 발달과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지식 암기, 문제 풀이 능력의 가치를 급격히 하락시키며, 비판적 사고나 협업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대학도 수시(학생부 종합전형)에 이를 반영해 성적 그 자체가 아닌 다각도로 학생을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도 점차 구직자의 역량이나 포트폴리오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채용 트랜드를 바꿀 확률이 높으며, 지금의 영유아는 학벌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현 30~40대 부모님, 우리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학벌 위주의 교육이 아닌 역량 위주의 교육을 토대로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가치관을 심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고기를 잡아주는 것(학원에서 단순히 지식만을 배우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친구와의 협업이나 AI, 도서 등을 활용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조만간 다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본적 원인을 고쳐야 한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5등급제와 같이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되기보다, 더 큰 틀인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과 ‘학벌 중심의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지요.
그러나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의 사회적 합의와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까지 데이터쌤의 칼럼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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